컬쳐

'토지' 일본에서 30권 완결 발매, 번역 담당자 소감 밝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20권을 공동 완역한 일본어 번역자 시미즈 치사코(56)는 해당 책에 대해 “불륜, 사랑, 질투, 시기, 살인, 치정, 복수 등 700여 명의 다양한 인생을 보여준다. 정말 흥미진진해서 ‘K드라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 번역자인 요시카와 나기와 함께 2014년부터 시작한 번역 작업을 올해 마무리했으며, 일본어판 마지막 권은 2024년 9월 30일 출간되었다.

 

[BANNERAREA50CD]시미즈는 다양한 사투리와 방대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번역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작품의 매력에 빠져 10년을 견딜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경남 하동군, 중국 간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송정 푸른 솔은’을 부르며 의지를 다진 중국 용정의 비암산 소나무도 보았다고 전했다. 

 

시미즈는 “‘토지’ 번역을 위해 다양한 곳에 가봤고, 이제는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바라보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에서 ‘토지’ 독자들을 대상으로 답사 사진을 보여주는 강연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토지’에 깊이 몰두했던 시미즈지만, 처음에는 번역을 주저했다고 밝혔다. ‘토지’가 반일 소설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번역 제안을 받고 고민하던 중 최유찬 연세대 교수에게 ‘토지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룬 소설이며, 반일 소설로 읽는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었고, 실제로 번역해 보니 일본인을 나쁘게 묘사한 장면도 있지만, 그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며 작가가 일제와 개인을 구별하려고 한 것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토지’는 일본 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 2권이 동시 출간된 2016년에는 일본 도서관협회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고, 주요 신문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시미즈는 “어떤 노인이 엽서를 보내며 ‘눈이 점점 안 보이고 곧 죽을 수도 있으니 번역을 서둘러 달라’고 적어 보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